구요한 인터뷰
구요한 인터뷰
"옵시디언 프로페셔널 노트"
3월 출간 이후 베스트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계십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이 책을 선택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이 베스트에 오른 것은 책 자체의 힘이라기보다, 지금 한국 사회에 "기록을 시스템으로 다루고 싶다"는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신호라고 봅니다. 노트를 잘 적는 법을 넘어, 자기 지식을 직접 설계하고 싶다는 욕구가 분명히 자라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3년 넘게 옵시디언으로 1만 개 이상의 노트를 운영하면서, 노트 앱 하나가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장면을 직접 봐 왔습니다. 그 경험이 더 많은 분께 닿을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는 점이 가장 기쁩니다.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그리고 이 책을 정성껏 만들어 주신 리코멘드 편집팀과 베타 리더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튜브, 강의, 커뮤니티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데, 책이라는 형태로도 지식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요?
영상은 흐르고, 강의는 휘발됩니다. 책은 책장에 남아 다시 펼쳐지는 매체입니다.
유튜브와 강의, 커뮤니티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매체입니다. 즉각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죠. 다만 한 가지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 다시 펼쳐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옵시디언으로 지식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은 한 번 듣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닙니다. 여러 번 돌아와 같은 페이지를 다시 읽고, 자기 상황에 맞게 변형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학습자가 자기 속도로 머무를 수 있는, 멈춰서 다시 펼칠 수 있는 매체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책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책이라는 형식 자체가 저자에게 강제하는 정합성입니다. 영상은 한 편 한 편의 완결성으로 충분하지만, 책은 1장이 14장에 가닿아야 합니다. 그 정합성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그동안 흩어진 노트로만 갖고 있던 생각들이 비로소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렬됐습니다. 책은 독자만의 산물이 아니라, 저자의 지식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는 도구였습니다.
책과 영상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많이 다를 텐데, 독자들이 어떤 식으로 책과 영상을 이용하면 효과적일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책으로 구조를 잡고, 영상으로 손가락 동선을 익히고, 커뮤니티에서 자기 사례로 변형하는 흐름을 권합니다. 세 매체가 각자 가장 잘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책은 "왜"와 "구조"에 강합니다. 옵시디언이라는 도구를 어떤 철학으로 설계해야 하는지, 노트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천천히 따라가며 익히기에 가장 좋습니다. 책의 89개 따라하기는 한 번에 다 하지 마시고, 장당 1~2개씩 직접 손으로 해 보시길 권합니다.
영상은 "어떻게"에 강합니다. 단축키, 마우스 동선, 화면 구성처럼 글로 옮기면 답답해지는 부분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해 주세요.
커뮤니티는 "나의 사례"에 강합니다. 다른 분들이 자기 업무·연구·취미에 옵시디언을 어떻게 변형해 쓰고 있는지를 보면, 책과 영상으로 익힌 골격에 자기 살이 붙기 시작합니다.
순서로 정리하면, 책으로 구조 → 영상으로 동작 → 커뮤니티에서 변형, 이 흐름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단순한 사용법 안내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옵시디언을 쓰는 법을 알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도구와 시스템, 어떻게 다른가요?
도구는 "기능"을 주고, 시스템은 "흐름"을 줍니다.
도구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잘하는 물건입니다. 옵시디언을 도구로만 쓰면 — 마크다운으로 메모를 적고, 검색이 잘 되는 노트 앱, 그 이상이 되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다릅니다. 시스템은 여러 노트와 행동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상태입니다. 한 노트를 수정하면 다른 노트가자동으로 반응하고, 한 번의 메모가 며칠 뒤 데일리 노트에 다시 떠오르고, 책을 한 권 읽으면 그 인용이 강의 자료로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이 책에서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네 가지 층의 결합입니다.
1. 볼트 설계 —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의 구조
2. 메타데이터 표준 — 노트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언어
3. 플러그인 워크플로 — 손이 덜 가게 만드는 자동화
4. AI 통합 — 노트가 나에게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마지막 층
이 네 가지가 합쳐지면, 옵시디언은 노트 앱이 아니라 내가 일하는 방식 그 자체가 됩니다. 그게 도구와 시스템의 차이입니다.
2,000개가 넘는 커뮤니티 플러그인 중 33개를 엄선하셨는데, 선별 기준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플러그인을 고를 때 가장 경계한 것은 "멋있어 보이는데 한 달 뒤에 안 쓰는 것"들이었습니다. 옵시디언 입문자가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기준을 두었습니다.
1. 없으면 진짜 불편한가 — 코어 워크플로(쓰기·연결·검색·복기)에 직접 닿는가, 아니면 사이드 데코인가.
2. 한 달 뒤에도 계속 켜둘까 — 첫날 신기해서 켰다가 알람만 늘리는 플러그인이 아닌가.
여기에 더해 유지 보수 상태(개발자가 살아 있고 옵시디언 업데이트를 따라오는가)와 다른 플러그인과의 충돌 위험도 검토했습니다.그렇게 통과한 33개를 편집·일정 관리·자료 관리·뷰·연결·확장의 결로 묶어 책에 담았습니다. 이 33개는 "무엇을 더 깔까"가 아니라"무엇은 깔지 않아도 되는가"를 알려주는 목록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노트 앱 중에서 옵시디언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3가지만 알려 주세요.
세 가지로 줄여 말씀드립니다.
1. 데이터 주권 (Local-first)
옵시디언의 노트는 평문 마크다운 파일로 내 컴퓨터에 그대로 저장됩니다. 회사가 사라져도, 인터넷이 끊겨도 내 노트는 살아남습니다. 10년 뒤에도 다른 도구에서 읽을 수 있다는 안정감은 다른 SaaS 노트 앱이 줄 수 없는 가치입니다.
2. 연결의 1급 시민화
대부분의 노트 앱에서 '링크'는 부가 기능입니다. 옵시디언에서 링크는 노트의 본질입니다. 태그로 두 노트를 연결하는 행위가 그래프뷰·백링크·메타데이터·Dataview까지 줄줄이 살아납니다. 노트 = 점, 링크 = 선, 이 가장 단순한 모델 위에 모든 것이 얹혀 있습니다.
3. 사용자가 직접 확장할 수 있다는 것
2,000개가 넘는 커뮤니티 플러그인, 자유로운 테마, 그리고 자기 손으로 짤 수 있는 Templater·Dataview 스크립트까지 —옵시디언은 사용자가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도록 길을 열어 둔 도구입니다. 다른 노트 앱이 "이렇게 쓰세요"라면, 옵시디언은 "당신이설계하세요"라고 말합니다.
세 가지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내 지식을 내가 책임지고 설계할 수 있는 노트 앱입니다.
책에도 옵시디언과 AI 활용 내용이 있는데, AI와 옵시디언을 잘 활용한다면 강력한 무기가 될 것 같습니다.꼭 사용했으면 하는 옵시디언과 AI 활용법이 있을까요?
AI를 "답을 받는 곳"이 아니라 "내 노트에 다시 질문하는 파트너"로 쓰시길 권합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ChatGPT나 Claude를 외부에 있는 답변기처럼 쓰는 것입니다. 그렇게 쓰면 대화가 끝나는 순간 통찰도 같이사라집니다. 책에서 권하는 사용법은 두 가지입니다.
1. 프롬프트와 응답을 옵시디언 안으로 가져와 노트화하기
좋은 프롬프트는 재사용 가능한 자산입니다. 책의 Part 3에서는 ChatGPT·Claude API를 옵시디언과 연결해, 한 번 만든 프롬프트로매일의 노트를 자동 생성하고, AI 응답을 곧장 노트로 떨어뜨리는 워크플로를 다룹니다.
2. AI에게 "내 노트"를 컨텍스트로 주기
요즘 가장 강력한 활용법은 내 볼트 자체를 AI의 컨텍스트로 만드는 것입니다. 책에서 다룬 AI 독서 노트 자동화 시스템이 그예시입니다 — 책을 읽으면 AI가 메타데이터·요약·인용까지 정형화된 노트로 만들어 줍니다.
핵심 원칙은 하나입니다. AI는 내가 더 많이 기억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잘 연결하게 해 주는 도구다. AI 시대일수록, 자기맥락(context)을 가진 사람이 강해집니다. 그 맥락을 만드는 곳이 옵시디언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한 가지만 꼭 실천해 간다면 무엇을 가져갔으면 하시나요?
망설임 없이 데일리 노트 한 줄 쓰기를 권합니다.
시스템·플러그인·AI 다 좋지만, 책 한 권을 덮고 단 하나만 남길 수 있다면 저는 이것을 권합니다.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하루의 끝에 옵시디언을 열고, 오늘의 질문 하나, 오늘 만난 사람 하나, 오늘 배운 것 하나를 적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 언젠가 다시 보고 싶은 단어에 태그만 걸어 두세요. 이 작은 행동이 한 달이면 30개의 점이 되고, 6개월이면 그 점들 사이에 선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노트를 쌓는 것이 아니라, 노트가 서로 말을 걸기 시작하는 첫 순간입니다.
기억은 흐릿해지지만, 시스템은 자랍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같은 말을 합니다 — 기억을 믿지 말고, 시스템을 믿으세요.
이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다음 책이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이번 책의 Part 3가 AI 통합의 입구였다면, 다음 작업은 그 안쪽으로 더 깊게 들어가고 싶습니다. 옵시디언과 Claude·ChatGPT API를 본격적으로 결합해, 내 노트가 나에게 일하게 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한 권으로 다루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활용 팁을 넘어, 개인이 자기만의 AI 워크플로를 설계하는 방법을 다루려 합니다.
동시에 책으로 말한 것을 더 잘 실천하실 수 있도록, 옵시디언과 PKM을 함께 설계하는 장기 학습 커뮤니티, 그리고 기업 임원·실무자대상 AI × 지식 관리 프로그램을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책이 읽고 끝나는 매체가 아니라, 읽은 뒤 함께 적용해 보는 자리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매주 발행 중인 더배러(The Better) 뉴스레터도 같은 흐름의 일부입니다. 이 글들이 한 흐름으로 모이면, 그것을 두 번째 책으로 엮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가 됐든, 늘 같은 자리에 있겠습니다. 질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2주 뒤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