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인터뷰
김인현 인터뷰
"디지털 지도 전쟁"
2월27일에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반출을 허가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이 문제를 추적해온 분으로서, 오늘 이 발표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한마디로 황망했습니다. 저는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디지털 지도는 한 번 나가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전쟁에서 땅은 빼앗겼다가도 되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는 아닙니다. 한 번 넘어가면 복제되고, 결합하고, 학습됩니다. 그다음부터는 '차단'이라는 말이 의미가 없습니다.
사례로 요즘 국민이 체감한 게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입니다. 누가 책임지든, 누굴 처벌하든, 나간 데이터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지도 데이터는 그보다 더 무거운 데이터라고 저는 봅니다.
지도 데이터가 왜 이렇게 민감한 문제인지,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가장 쉽게 설명하신다면?
위성영상은 '보는 정보'입니다. 사진입니다. 지도는 '연결되는 정보'입니다. 좌표와 속성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만 보면 '사람이 있다'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이름, 주소, 자산, 이동 경로가 붙으면 그건 완전히 다른 정보입니다. 지도는 바로 그 상태에 가깝습니다. 도로·건물·시설이 좌표로 묶이고, 각종 속성이 연결됩니다. 그래서 지도는 단순한 길 찾기 자료가 아니라, 국가 운영 체계이자 AI 학습 데이터가 됩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2007년에 처음 이 문제가 시작됐고, 저는 그때부터 봤습니다. 2016년에 다시 논쟁이 터졌을 때,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안보 얘기가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AI가 붙었습니다. 자율 주행이 붙고, 디지털 트윈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훨씬 더 커진 문제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구글 찬반'을 쓰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지도 데이터가 AI 시대 산업 구조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종속이 만들어지는지 구조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책에서 “지도는 안보이자 밥이다”라고 하셨는데, 이게 우리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우리는 매일 지도로 살아요. 길 찾기, 배달, 택배, 물류, 재난 대응, 도시 계획, 다 지도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래서 지도는 두 얼굴입니다. 평소엔 산업을 먹여 살리는 밥이고, 위기 때는 안보의 눈입니다. 사례 하나만 들면, 미사일이든 드론이든 좌표 없으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좌표가 붙는 순간 현실이 '작동할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지도는 그 프레임입니다.
솔직히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구글 지도가 제대로 안 된다고 불편해하셨잖아요. 이번에 고정밀 지도가 반출되면 구글 지도도 네이버, 카카오맵처럼 정확해지는 건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편리해지는 거 아닌가요?
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편리해지는 것과, 국가가 만든 고정밀 원천 데이터를 해외 플랫폼이 보유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게다가 길 안내 자체는 국가 1:5천 기본도가 없어도 됩니다. 길 안내는 민간 노드-링크 도로 네트워크 데이터로도 충분히 됩니다. 국내 서비스들이 이미 그렇게 잘해왔습니다. 그래서 '길 안내'를 명분으로 국가 고정밀 기본도까지 열어주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구글이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게 2007년이라고 들었습니다. 2007년은 아이폰이 막 출시된 때이고, 지금처럼 자율주행이나 AI가 지도를 이렇게까지 쓸 거라고 아무도 몰랐잖아요. 그때와 지금, 지도 데이터의 '가치' 자체가 얼마나 달라진 건가요?
예전엔 지도는 내비게이션 중심이었습니다. 지금은 AI의 교과서가 됐습니다. AI가 세상을 이해할 때 결국 좌표로 이해합니다. 좌표가 붙으면 생성형 AI는 GEO AI로 넘어갑니다. 피지컬 AI, 소버린 AI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공간 데이터는 핵심 자산입니다. 그리고 한국 지도는 고밀도, 자주 갱신됩니다. AI 입장에선 정말 좋은 학습 데이터입니다. 그래서 집요하게 요구하는 겁니다.
이번 반출 허가를 신청한 건 구글인데, 테슬라 자율주행이 한국에 출시된 시점과 이번 결정이 맞물렸습니다. 테슬라, 애플 같은 기업도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걸까요?
특정 기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조사한 바로는 지도와 결합한 AI가 기술의 대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는 AI·자율 주행 경쟁으로 들어갔고, 그 경쟁의 바닥에 지도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구글 한 회사의 요구'만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플랫폼 경쟁, 산업 주도권 문제입니다.
정부가 '엄격한 보안 조건'을 달았다고 하는데, 이 조건이 실제로 의미 있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까요?
조건이 없는 것보단 낫습니다. 그런데 핵심은 '통제할 수 있는 조건인가'입니다. 정부는 '국내 서버, 차단 가능'을 말합니다. 하지만 한 번 학습이 끝나면, 차단은 의미가 없습니다. 복제도 가능하고 학습 결과는 더더욱 되돌릴 수 없습니다. 저는 조건을 달려면 최소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제표준, 상호 호혜(우리도 상대 데이터를 동등하게), 목적 제한(평화적 이용), 위반 시 제재, 이런 게 같이 가야 합니다.
지도 문제가 앞으로 AI, 자율주행 시대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저는 시장이 급격히 재편될 수 있다고 봅니다. 초반엔 무료나 공격적 조건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준이 한 번 잡히면, 그 다음은 API·클라우드·AI로 묶입니다. 사례로 다들 경험해 봤잖아요. 처음엔 공짜처럼 들어오는데, 사용자가 늘면 크레딧이든 API 비용이든 결국 올라갑니다.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지도도 그렇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묶이면, 산업이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가져갔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결론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질문 하나는 꼭 붙잡아야 합니다. 한 번 나간 데이터는 되돌릴 수 있는가. 이 질문을 진지하게 보면, '편리하니까'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도는 길 찾기 앱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에 국가와 산업이 어떤 구조로 자립할지 종속될지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안보 프레임만으로 막을 게 아니라, 산업·통상·법제·표준을 통합해서 우리가 글로벌로 나갈 전략까지 같이 설계해야 한다,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주도권을 잡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